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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8 SPECIAL FEATURE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보내는 30년의 러브 레터

  • 2018-10-05

이명순 대표가 브랜드 런칭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미카도 실크 소재 드레스는 로열 웨딩에 어울릴법한 클래식하고 웅장한 드레이핑이 특징이다. 은은한 광택과 바삭거리는 소리를 내는 드레스 자락이 굽이굽이 펼쳐지며 그동안 그녀가 걸어온 ‘모던 브라이드’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 같다.

 



문정원이 입은 여성스럽고 고급스러운 컬러감의 크리미한 핑크빛 레이스 드레스는 칼라를 탈착할 수 있어 두 가지 느낌으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이명순 대표가 입은 세미 하이 네크라인과 드레이퍼리 리본 디테일이 돋보이는 실크 드레스는 클래식하고 절제된 듯한 분위기에 과하지 않은 디테일로 여성스러움이 묻어난다. 모두 가격 미정으로 Reehue.



박슬기가 입은 로열 웨딩의 품격이 돋보이는 클래식한 미카도 실크 드레스는 Leemyungsoon Wedding Dress. 절제미가 돋보이는 네크라인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했다. 입체 주름의 옆 라인과 긴 트레인이 드라마틱한 효과를 발휘한다.

일본의 한 장인이 만드는 웨딩 브랜드에서는 시즌이 끝나면 기존의 웨딩드레스를 전부 태워버린다고 한다. 그만큼 웨딩을 오트 쿠튀르의 대명사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오트 쿠튀르 디자인에는 웨딩이 슬그머니 빠져 있는 것 같다. 세계에 한국의 오트 쿠튀르가 ‘한국의 웨딩드레스’가 될 수는 없는 걸까. 지난 30년 동안 그 질문을 해오며 장인 정신으로 드레스를 만들고 있는 이명순 대표. 모든것이 디지털로 흘러가고 패션도 그런 흐름에 올라타고 있는 때, 그녀의 아날로그 ‘심플 라인’은 여전히 가장 우아한 여자의 실루엣을 대변한다.
특히 올해 눈여겨볼 디자인으로 미니멀리즘, 베일처럼 풍성하게 어깨를 감싸는 케이프, 웨딩 팬츠등이 선정됐을 정도로 장식이 전혀 없는 미니멀 디자인이 전 세계의 로열 웨딩 패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풍성한 레이스와 화려한 자수로 유명한 드레스 디자이너 브랜드 모니크 륄리에, 엘리 사브, 나임 칸, 마르케사 등도 극도로 절제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매우 심플한 드레스는 오히려 여성의 자태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자연스레 그녀의 옷인 것처럼 잘 어울릴 때 ‘여성’의 예쁜 모습이 살아나니 말이다.
멋 부리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웨딩드레스를 입는 ‘여성’ 자체에 포커스를 둔 국내 1호 디자이너 이명순 대표가 올해 브랜드 런칭 30주년을 맞이했다. “막상 30년이라니, 제가 그 세월을 어떻게 걸어왔나 하는 생각이 들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30년을 살다 보니 이제 그 결실을 맺는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워요.”
막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듯한 젊은 모델처럼, 언제나 고개와 어깨를 반듯하게, 시선은 늘 앞을 주시하는 것 같은 이명순 대표의 한결같은 패션 철학이 있다. “신부의 이미지와 닮아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옷인 것처럼 잘 어울릴 때 신부의 예쁜 모습이 살아난다고 생각해요. 멋 부리지 않은 듯 멋스럽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드레스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웨딩드레스예요.”
이명순 대표는 브랜드 런칭 30주년을 기념해 곧 아트 북을 출간할 예정이다. 여러 패션 사진가들과 함께 아름다운 화보를 만들었는데, 그녀가 지난 30년 동안 작업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외 브랜드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동료와 후배 디자이너들을 생각했어요.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드레스는 우리 디자이너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길 바라며 이 책을 완성했지요.” 30년 전, 국내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들의 호우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을 직구하거나 국내에 다양한 편집숍이 생기면서 웨딩 디자이너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청담동에 제가 제일 먼저 왔어요. 당시에 전 신흥 부자의 기호에 맞게 공부를 많이 했지요. 그게 제 트레이드마크가 된 심플한 라인이었고, 10년 정도 지나니 국내의 유명 스타들은 모두 제 옷을 입고 결혼했더라고요.” 그런 시절이 있었다. 수녀가 되는 딸에게 사계절 입을 수녀복을 맞춰달라는 주문을 받기도 했고, 그녀의 옷을 보고 부모님은 물론 사촌까지 모두 환한 얼굴로 축하해주던 때. 한국의 로열 패밀리라면 꼭 거쳐야 했던 그녀의 드레스. 이명순 대표의 심플 라인은 일반적인 심플한 드레스가 아니다. 한국 여성의 체형에 꼭 맞는 패턴이기에 입었을 때 ‘여성’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라인이다. “트렌드에 따라 웨딩드레스의 패턴도 달라지는데, 저는 유행에 상관없이 클래식 라인을 좋아해요. 그런데 요즘엔 유행하는 웨딩드레스가 너무 다양하죠. 모두 인스타그램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요즘 그녀는 한국 디자이너로서 사명감을 다하기 위해 드레스를 만들고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디자이너의 길이 쉽지는 않지만, 소신을 가지고 하루하루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다 보면 ‘나의 길이 보이더라’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녀의 드레스를 입은 스타는 많지만, 이명순 대표는 방송인 문정원 씨를 먼저 떠올렸다. 실제로 이명순 대표가 닮고 싶은 사람도 너무 많아 누구 한 사람을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 ‘자연스러운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의 그레이스 켈리 같다고 느꼈어요. 정원 씨가 결혼식 때 입은 드레스는 ‘문정원 드레스’로 유명해져서 2~3년 동안 유행했던 것 같아요. ‘시작 바이 이명순’에 이어 세 번째 브랜드인 세리머니 웨어 ‘리휴’의 뮤즈는 문정원 씨와 배우 이영애 씨죠.” 이명순 대표는 유명 스타들이 해외에 나갈 때 국내 디자이너의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스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도 하지만, 그걸 거부하고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는 스타가 많아지면 좋겠어요.” 최근 몇 년간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이스라엘 디자이너들에게까지 밀려 한국 디자이너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국내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를 바라보는 시선은 스타 마케팅을 하거나 재벌가와 연계한 비즈니스, 이런 식이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사이에서도 웨딩드레스 디자인은 4대 컬렉션으로 대표되는 패션 최전선과 한참이나 먼 곳으로 인식하는 풍토인 게 사실이다. 겉으로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한국의 웨딩 마켓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을 디자이너들 스스로 하는 지경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의 라벨은 지키면서도 세컨드 브랜드 ‘시작 바이 이명순’이나 ‘리휴’로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를 끌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명순은 여전히 웨딩계의 대모라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스타들도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여전히 그녀의 옷을 많이 찾는다.
“자연스러운 게 가장 아름다운 법인데, 정원 씨는 그런 아름다움을 지녔죠. 편안한 자연스러움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 <아내의 맛>에 출연해 또 한 번 가족 생활을 공개한 문정원은 결혼 생활에서 몇차례 고비가 있었는데 이제 그 고비를 좀 넘긴 것 같다고 한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어요. 지금 결혼 8~9년 차인데 이제야 좀 안정이 된 느낌이랄까요.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결혼에 대한 환상이 생길 틈이 없었죠. 최근 <아내의 맛>에서 제가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은 그동안 제가 넘어온 고비들이 한꺼번에 생각나서 왈칵한 거예요.(웃음) 우리가 한고비 넘겼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관계가 더 단단해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단아한 세미 하이 네크라인과 퍼프소매, 입체적으로 주름이 잡힌 화려한 스커트가 반전 매력을 발산한다. 레이스 위에 샴페인・골드・화이트 컬러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지르콘 비즈를 수놓아 최상의 퀄리티와 유니크한 화려함을 보여주는 드레스는 Leemyungsoon Wedding Dress.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델 박슬기도 이명순 대표의 아름다운 뮤즈다. 이명순 대표가 브랜드 런칭 30주년 기념 전시를 위해 만든 특별한 드레스를 오늘 그녀가 처음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단아한 하이 네크라인과 퍼프소매의 상의 부분은 무척 모던한데, 입체적으로 주름이 잡힌 스커트는 공작의 날개처럼 화려했다. 레이스 위에 샴페인・골드・화이트 컬러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밤하늘의 별처럼 수놓아진 드레스다.
“선생님의 드레스는 우아하고 클래식해요. 본식 드레스를 선생님이 직접 피팅해주셨는데, 결혼식 내내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요. 덕분에 정말 멋진 웨딩이 되었죠. 제 뮤즈는 오드리 헵번인데, 아름다운 눈을 갖고 싶으면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만 보라고 한 그녀의 말처럼 마음이 아름다운 여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선생님의 옷은 오드리 헵번과도 무척 잘 어울리거든요. 한 분야에서 30년 동안 일하신 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그것도 항상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선생님을 보며 삶의 멘토로 삼고 있답니다. 앞으로도 한국 웨딩계에 좋은 발자취가 되어주세요.”
몇 년 전 바르셀로나 브라이덜 위크에 간 적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유명 디자이너들은 옷 자체보다는 함께 즐기는 웨딩 문화를 보여주었다. 물론 바르셀로나니 웨딩도 아트적일 수밖에 없지만, 웨딩드레스 자락 뒤로 집시나 행위 예술가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컬렉션 자체를 홈 파티처럼 진행하는 그들을 보며 우리나라의 웨딩 문화가 안타깝기도 했다. 드레스뿐 아니라 그에 맞는 구두와 백까지, 웨딩 디자이너의 천국인 것 같았고 웨딩을 패션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정부의 지원도 전폭적이다.
이명순 대표의 드레스를 보면, 한결같은 모던함 속에서 인내가 느껴진다. 그녀의 드레스 자락 뒤로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하얀 드레스 자락에서는 신부를 향한 축하와 격려의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넉넉한 드레스 자락은 상대를 위한 끝없는 배려를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넉넉하고 바스락거리는 드레스 자락에 파묻혀 잠시 쉬어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사진 류형원, 박용빈   헤어 & 메이크업 김청경헤어페이스   장소 협조 포핀스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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