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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8 SPECIAL FEATURE

줄리아가 줄리앙을 만났을 때

  • 2018-10-04

“안녕, 넌 어디서 왔니?” 정말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나 나올법한 대화로 시작해 벨기에의 멋진 성에서 웨딩 마치를 울린 커플 이야기다. 벨기에에서 온 남자 줄리앙과 부산 여자 줄리아의 이야기는 어쩐지 현실감이 없을 만큼, 군더더기가 없는 웨딩 시네마다.

 



1 샤토 드 그루트-비즈가르덴 성주의 아들 내외가 살고 있는 성의 다리 아래로 아름다운 백조들이 헤엄쳐 다닌다. 드레스는 Elie Saab by Soyoo Bridal.
2 모다브 캐슬에 있는 작은 성당.

From 줄리아
벨기에의 샤토 드 왈레페(Cha^teau de Waleffes)라는 성에서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 벨기에 남자와 말이다. 심지어 웨딩 촬영도 성 세 곳을 돌며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진행하기로 했다. 우리의 준비는 완벽했고, 드디어 이곳에 온 것이다. 아침 10시에 시작해서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유럽의 웨딩은 정말이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다들 유럽 예식은 하객도 힘들다고 하나 보다. 성 지하에 있는 작은 성당에서 세리머니가 끝나고 손님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2층에서 메인 드레스를 입고 준비하고 있는데 시아버지가 올라오셨다. 계단이 미끄러우니까 남자 2명의 손을 잡고 내려가는 게 어떻겠냐고. 아마도 긴장을 풀어주려고 오신 것 같았다. 그래서 오른손은 시아버지의 손을 잡고 줄리앙이 베일을 들고 내려왔는데,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시아버지가 너무 떠셔서 계속 웃음이 났다. 그 순간이 아마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다. 밤 10시경에 댄스파티가 있었는데 시아버지가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서 계속 블루스를 추셨다. 한국은 예식 날 신부는 술을 잘 안 마시는데 벨기에는 모든 손님이 신부에게 술을 권하는 문화가 인상적이었다.
벨기에 촬영은 한마디로 영화 <맘마미아!>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된 기분이었다. 그만큼 매일매일이 서프라이즈였다. 사실 벨기에는 갑작스러운 폭풍이 너무 많아서 모두 촬영 당일 날씨를 많이 걱정했으니까. 결혼식 일주일 전쯤 한국에서 촬영 팀이 왔다. 촬영할 성을 방문하고, 촬영 날 함께할 헤어 스타일리스트 카멜로 필리테리(Carmelo Pillitteri )와도 미팅을 했다. 카멜로는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TV 광고 전문 헤어 스타일리스트다. 샤토 드 그루트-비즈가르덴(Cha^teau de Groot-bijgaarden)과 샤토 드 모다브(Cha^teau de Modave) 두 성에서 촬영했는데, 정말 신기하게 모든 것이 완벽했다. 포토그래퍼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하늘에서 빛이 쨍쨍 내리쬐어 조명을 만들어주었고, 멀리 있던 백조가 사진을 찍으려는 순간 바로 옆으로 와주었다. 무엇보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였는데도, 베일이 날리는 신에서는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아름답게 베일을 날려주었다.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마법 같았다. 성 근처에 있던 유럽 관광객들은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었다. 벨기에 성에서 한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서니 자긍심도 느껴지고, 진짜 왕자와 공주가 된 기분이랄까.




샤토 드 모다브 입구의 장미 정원 앞. 루브르네프 홍혜전 작가와의 촬영은 그야말로 완벽했다. 우리가 가장 예쁘고 멋지게 나오는 모든 포즈를 할 수 있게 해주었고, 소유 브라이덜의 매니저 역시 완벽한 드레스를 준비해주었다.

줄리앙을 만난 이야기는 정말 영화 같다. 나는 미국에서 음식의학을 전공하고 현재 음식 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줄리앙은 세계 1위의 벨기에 복합 화력발전소 아시아 총괄 프로젝트 매니저로 현재 한국, 중국, 태국 등에서 일한다. 작년 9월 집 앞을 강아지랑 산책하다가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는데, 거기서 줄리앙을 처음 봤고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은 줄리앙이 3년간 한국에서 일하고 벨기에로 돌아가기 전날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그에게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연락이 왔다. “실례라면 정말 미안하다. 난 벨기에에 돌아왔는데 당신을 만나러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다.”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은 줄리앙이 벨기에 특산품(?)을 양손 가득 들고 다시 부산에 나타났다.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속 이방인의 대명사 이병헌처럼 그렇게 말이다. 12월에 벨기에 부모님 댁에 초대를 받고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갔다. 그리고 올 2월 프러포즈를 받았는데, 너무 한순간처럼 지나가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드라마틱한 우리의 러브 스토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줄리앙이 그동안 한번도 내 마음을 상하게 한 적이 없다는 거다. 바게트, 버터는 좋아하지 않고 김치찌개, 된장찌개에 밥을 좋아하는 줄리앙과 문화 차이도 특별히 없는 편이다. 다만 성격은 극과 극이다. 줄리앙은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데 비해 나는 성격이 정말 급하다. 하지만 우리가 싸우지 않는 건, 그냥 싸우지 않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기가 참 힘든데, 결혼을 하고 나니까 가능한 것 같다. 서로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굳이 비결을 꼽자면 줄리앙이 모든 걸 참는다. 처음에는 착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가 정말로 고단수인 거다. 너무 착해서 내가 화를 못 낸다. 결국 한 사람이 참으니 싸울 일이 없어지는 것 같다.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는 데스티네이션 웨딩에 대한 것이다. 줄리앙은 10년에 한번씩 재미난 곳에 가서 웨딩 촬영을 하자고 한다. 그래서 사실 이미 정해둔 곳이 있다. 이탈리아의 그로타 팔라체세(Grotta Palazzese)와 코모 호수(Lake Como).




3 샤토 드 모다브 안에 있는 골드 장식의 룸. 드레스는 Jenny Packham by Soyoo Bridal. 드레스를 입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4 결혼식 당일, 샤토 드 왈레페의 계단을 꽃으로 장식했다.

데스티네이션 웨딩을 하고 싶은 커플을 위해서 현실적인 팁을 알려주자면!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한국에서 드레스를 구해 헤어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 포토그래퍼가 동행하면 최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사전 현지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웨딩 플래너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여유가 된다면 꼭 신랑 신부가 직접 가서 보고 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현지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드레스는 가끔 한국 여성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드레스 사이즈가 그렇다. 그래서 드레스는 꼭 한국에서 준비해 가길 추천한다. 미리 가서 모든 것을 보고 정하기 힘든 경우도 많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미리 철저히 준비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5 한국적인 이미지의 네임 태그로 테이블을 세팅했다.
6 브르네프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게스트 북을 만들었다.
7 결혼식 당일 성가대 단원이 축하 인사를 하는 모습.




오전 세리머니가 끝나고 본식을 보기 위해 막 도착한 하객들.

 



From 줄리앙
그녀 입장에서는 한 번 보고 다시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처음 한동안은 줄리아가 나를 피해 다녔을 정도로 말이다. 나도 이해가 안 되니까.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있기에 우린 ‘운명’이라고 말하는게 아닐까. 




8 화이트 그린 컨셉으로 준비한 부케.
9 동양적인 느낌이 나도록 호접란과 슈거 크래프트 플라워로 장식한 5단 웨딩 케이크.

벨기에와 한국. 태어난 곳이 다른데도 우리는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게 비슷하다. 게다가 꿈꾸는 것까지…. 우리 둘다 라이프 가드(인명 구조요원) 자격증이 있다. 정말 수영을 좋아하고, 최근에 같이 시작한 골프도 열심히 하고 와인도 좋아하는데, 가끔 소맥을 마시며 체스도 한다. 요즘 함께 있을 때 여행 계획, 미래의 집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나는 5년 후 유럽에 가서 지을 집을 그려 그녀에게 보여주곤 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정원, 야외 수영장, 인테리어 등을 항상 메모하고 그린다. 우리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그렇게 하셨다. 그리고 ‘행복한 여행’ 이야기를 이틀에 한 번은 한다. 추석에 갈 여행, 크리스마스에 갈 핀란드 여행, 그녀의 생일에 갈 스페인 여행…. 그녀가 평상시 이야기하는 것을 늘 메모하며 여행 계획을 세운다. 앞으로 몇 년 동안 할 여행 계획은 다 세운 것 같다.

10 한복린 김민정 대표의 한복을 입은 신랑과 신부.
11 결혼식 당일 샤토 드 왈레페 입구에서 말을 타고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신랑과 신부.
12 식전주를 마시면서 하객들과 인사를 나누는 신랑과 신부.

결혼의 진정한 의미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결혼은 슬픔도 기쁨도 함께 나누고 모든 것을 아내 중심으로 맞추는 것이다. 아내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고, 그게 바로 나에게 결혼의 의미이자 가장 중요한 가치다. 모두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했으면 좋겠다. 내가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부분이나 약점을 상대를 위해 고치고 싶게 만드는 것,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사람을 놓치지 마시라. 나는 요즘 결혼식을 올리고 난 이후 매일매일이 행복해서 앞으로 50년밖에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게 슬플 때가 있다.



13 벨기에 최고의 케이터링으로 알려진 폴뤼스 케이터링(Paulus Catering).
14 신랑과 신부를 기다리는 하객들.

 

에디터 김수진(suze@noblesse.com)
사진 홍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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